지난달 국회 환노위 의원들이 고용노동소위를 열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정하는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논의를 접고 다시 회의 일정을 잡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합의안이 나오지 않은 건 안타깝지만 이 문제만큼은 시간을 두고 좀 더 치열하게 논의해 주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사흘 뒤에 다시 열린 고용노동소위 역시 자정을 넘겼습니다. 이번엔 달랐습니다. 새벽에 나온 의원들은 합의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기존 기본 급여 외에 ‘정기상여금 중 최저임금의 25% 초과분 + 복리후생비 중 최저임금의 7% 초과분’을 포함시킨다는 겁니다. 예상 밖이었습니다. 정기상여금 외에 복리후생비까지 포함시켰다는 점도 놀랐지만, 저 복잡한 계산법은 어떻게 등장한 건지…

●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갑자기 왜 정하냐고요?
 
2018년 최저시급은 7천530원입니다. 근로자가 주40시간 기준으로 한달 일하면 최저임금 157만원을 받게 됩니다. 딱 일한 시간만큼만 계산해서 월급을 주는 회사도 있지만, 근로 형태에 따라서 기본 급여에 초과 근로 수당, 상여금, 교통비나 숙식비 등 다양한 항목으로 주는 회사도 있습니다. 그래서 근로자 개개인의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따질 때는 월급의 총액으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기본 급여, 직무수당처럼 ‘매달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항목만 최저임금에 해당됩니다. 매달 금액이 달라지는 수당이나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올해는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습니다. 갑자기 인건비 부담이 커진 경영계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혀 달라는 요구가 계속됐습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낀다는 겁니다. 2020년까지 최저시급 1만원까지 올라가는 걸 예상하면 자영업자들의 타격은 올해보다 더 커질 겁니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기본급여 외에도 다른 항목들을 포함하자고 요구해 왔습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이 논의를 계속해 왔지만 안타깝게도 주어진 기간 안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노동계 입장을 대변하는 위원들이 강하게 반대해 왔습니다.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서 최저시급을 올린 건데, 이런 저런 항목을 포함해서 계산하면 최저시급이 오른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회에서 이 논의를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 왜 '경영계'의 입장을 들어준 걸까?

경영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주장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초임 근로자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한달 월급이 285만원인데, 이 중에서 기본급여 131만원, 직무 수당은 14만원, 추가 근로 수당은 35만원, 상여금은 101만원을 받는 경우입니다.

이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131+14 =145만원입니다. 법정 최저임금 157만원에 못 미칩니다. 이 회사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285만원 지급하고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된 겁니다. 이 회사는 당장 근로자의 기본급여를 올려줘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월급이 올라가겠죠. 또 호봉제가 대부분인 우리나라는 초임 근로자의 급여가 올라가면 다른 근로자들도 연차에 따라 급여가 연쇄적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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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입니다. 최저임금을 올린 건 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인데, 정작 고임금 노동자들의 급여가 크게 오르게 되고 저임금 노동자와의 임금 격차는 더 커진다는 거죠. 최저임금위원회나 국회에서도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그런데 저 표를 보고 있자니, 상여금을 기본급여 수준으로 지급하는 임금 체계 자체가 좀 기형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경영계가 제시한 저 사례가 과연 보편적인 걸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 "정기상여금에 복리후생비까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

지난 15일 새벽 국회는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의 25% 초과분, 복리후생비는 7% 초과분을 포함한다는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뿐 아니라 복리후생비까지 포함시키려다 보니 저임금 노동자들의 피해가 예상됐는데, 이 정도 하한선을 두면 ‘연봉 2천5백만원 이하의 저임금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차피 2024년에는 전액 포함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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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기준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국회 본회의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고용노동부가 자료를 내놨습니다.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노동자들의 피해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내년에 최저임금을 10% 인상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는 2천500만 원 이하를 받는 노동자 중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324만 명의 6.7%, 21만 6천명 정도로 예상된다는 겁니다.

고용부가 제시한 사례 중에 음식점 노동자의 경우를 살펴 볼까요. 기본급 157만원에 식비 10만원을 받는 경우(연 소득 2천 4만원)입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0% 오른다고 가정하면(173만원) 이 근로자의 최저임금은…계산법이 좀 복잡합니다. 이 근로자의 식비(10만원) 가운데 최저임금의 7%(173만원*0.07=12만원) 초과분은 없습니다. 따라서 기본급여만 최저임금에 포함되면서 16만원 전체가 소득 증가분이 됩니다.

① [음식점] 연간 월급총액 2,004만원(기본급 157만원, 식비 10만원)
 ⇒ 식비(복리후생수당) 10만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음에 따라 기본급 10% 인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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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본급여 157만원, 식비 13만 5천원을 받는 주유소 노동자는(연 소득 2천46만원) 사정이 다릅니다. 식비(13.5만원) 가운데 최저임금의 7%(173만원*0.07=12만원) 초과분(13.5-12=1.5만원), 즉 1만 5천원이 최저임금에 포함됩니다. 기본급여는 16만원이 아니라 14만 5천원만 올라도 최저임금 기준에 맞출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사장이라면, 14만 5천원만 올려줄 것 같습니다.  

② [주유소] 연간 월급총액 2,046만원(기본급 157만원, 식비 13.5만원) 
   ⇒ 식비(복리후생수당) 1.5만원 산입되어 기본급 및 연간 월급총액(8.5~9.4%) 인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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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만 봐도 연봉 2천 5백만원 이하인 노동자들도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줄어드는 게 나타납니다. 애초에 여야 의원들이 복잡한 계산법을 제시하면서 ‘연봉 2천 5백만원 이하 저임금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하한선을 둔 것’이라고 생색을 냈던 것과는 다른 거죠.

노동계가 반박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기대 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노동자가 최대 21만명이라는 고용부의 통계는 ‘과소 추정된 수치’라는 겁니다. 고용부의 자료는 2016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올해는 특히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최저임금 미만 및 차상위 계층 노동자 수가 크게 늘어났을 텐데 이 수치가 반영이 안돼 있다는 거죠. 또 ‘추가적인 임금 인상을 아예 기대할 수 없는 노동자’만 계산했을 뿐, ‘회사가 의무적으로 인상해야 할 금액이 줄어드는 노동자’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앞서 민주노총도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연 소득 2천5백만원 이하인 조합원 602명을 조사했는데 -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 2019년 최저임금이 10% 오를 경우 시급 8천283원 미만 노동자 비중은 65%였고 이 가운데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포함돼 기대 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노동자 비중은 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둘 중 어떤 데이터가 현실을 더 반영한 걸까요. 그보다 국회가 통과시킨 개정안은 이런 엇갈리는 상황을 제대로 따져본 걸까요? 국회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정기상여금의 25% 하한선은 월 157만원에 상여금 300%를 받는 근로자를 저임금 근로자로 상정했을 때 300%를 12개월로 나눈 수치였고, 복리후생비 7%는 여야 의원들이 10만원 수준에서 타협해 나온 수치였다는 얘기는 정말 황당했습니다.
 
● '상여금 쪼개기' 더 쉬워진다?

올해 초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직장갑질119라는 시민단체에는 회사가 급여를 올려주지 않으려고 온갖 꼼수를 부린다는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사례가 바로 ‘상여금 쪼개기’였습니다. 명절마다, 분기마다 주던 상여금을 12달로 쪼개서 마치 기본 급여처럼 주면서 정작 급여를 올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기업들의 민낯을 공개할 때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가 그저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용부도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급여의 지급 주기를 변경하는 건 안된다고 선을 그었죠.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는 이런 맥락과 다른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총액을 유지하면서 상여금의 지급주기를 월별로 변경하는 건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는 겁니다. 정기상여금 뿐만 아니라 분기, 반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도 12달로 나눠서 정기상여금의 ‘형태’로 지급하게 되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더 줄어들 겁니다. 절차도 간소화(?) 됐는데,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던 걸 ‘의견 청취’만으로 가능하도록 예외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상여금 쪼개기’가 더 쉬워진 셈이죠.

노조가 있는 회사의 경우 회사와 단체협약을 통해 취업규칙 변경 등의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하지만 노조가 없는 회사에선 근로자 개개인이 회사의 취업규칙 변경에 반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복리후생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복리후생비 중에서도 ‘현금’으로 지급되는 항목만 최저임금에 포함되고 기숙사나 점심식사 등 현물로 지급하는 항목은 제외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론 이 항목조차도 회사가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방식을 바꿀 경우 모두 최저임금에 포함될 겁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호소해 온 중소기업은 ‘그래도 한숨 돌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근로자가 5인 미만인 작은 사업장에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시급만 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번 개정안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더군요.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내건 정부와 여당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호소할 뿐입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에 불참을 선언했고,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이미 통과했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진짜 후폭풍은 노동계의 반발이 ‘우려’ 수준으로 끝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내년 초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꼼수’ 사례가 등장할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결정은 ‘나의 월급가 얼마인지’에서 나아가 ‘나의 월급이 제대로 지급되는지’ 따지는 더 복잡한 문제입니다. 급여를 받는 근로자는 ’을’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내 월급명세서를 봐도 너무 복잡한데, 만약 회사가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가 스스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한다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http://v.media.daum.net/v/2018060315390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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